
솔직히 저는 옷을 오래 입으려면 그냥 옷장에 잘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어 겨울 옷을 꺼내보니 니트 어깨에는 이상한 주름이 생겼고, 코트 곳곳에는 변색 얼룩이 번져 있더군요. 평소 옷걸이에 걸어두고 햇빛만 피하면 괜찮을 거라 믿었는데, 제 방식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의류 섬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보관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니트 보관할 때 옷걸이에 걸면 안 되는 이유
니트는 절대 옷걸이에 걸어두면 안 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아무리 좋은 패딩 옷걸이를 사용해도 어깨 부분이 튀어나오면서 천사가 생기더군요. 여기서 천사란 섬유가 늘어나면서 어깨선이 비정상적으로 돌출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니트 소재는 일반 직물과 달리 루프(loop) 구조로 짜여 있어 공간이 많습니다. 이 구조적 특성 때문에 중력을 받으면 섬유가 아래로 쭉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캐시미어나 앙고라처럼 부드러운 소재일수록 변형이 더 심합니다.
올바른 보관 방법은 절반으로 접어서 서랍에 넣는 것입니다. 저는 니트를 반으로 접으면 중간 부분에 접힌 자국이 생길까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무게가 분산돼서 오히려 형태가 잘 유지됩니다. 두꺼운 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절반으로 접어서 무게 중심을 낮춰야 옷이 오래갑니다.
백화점에서 니트를 구매하면 박스 안에 평평하게 들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보관할 때 습기가 걱정된다면 습자지(silica gel을 포함한 건조지)를 하나 넣어두면 좋습니다. 습자지는 상대습도(RH, Relative Humidity)를 50% 이하로 유지해 주는데, 습도가 50%를 넘으면 곰팡이가 번식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양말 세탁과 보관에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
양말을 세탁할 때 저는 항상 돌돌 말아서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냄새의 주범이었습니다. 양말을 말리고 나서 똘똘 말아서 서랍에 넣으면 내부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시중에서 파는 양말은 왜 전부 펼쳐져 있을까요? 물류 효율 때문이 아닙니다. 통풍을 위해서입니다. 양말은 발에 직접 닿는 의류이기 때문에 각질과 땀이 섬유 깊숙이 스며듭니다. 이걸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세균이 계속 남아 있게 됩니다.
양말 세탁 시 반드시 지켜야 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탁 전 뒤집어서 내부 먼지를 털어낸다
- 세탁 후 뒤집어 입구 부분의 잔여물을 제거한다
- 완전히 펴서 말린다
- 보관할 때도 말지 않고 펼쳐서 넣는다
제가 실제로 이 방법을 써보니 양말 냄새가 80% 이상 줄었습니다. 특히 양말을 벗자마자 빨래 바구니에 던져 넣지 말고 옷걸이에 걸어두거나 세탁기 근처에 펼쳐두면 습기가 날아가면서 곰팡이 번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양말 세탁의 핵심은 손세탁이 가장 좋지만, 바쁜 현대인에게는 비현실적입니다. 대신 세탁망에 넣어 약하게 돌리고, 탈수 후 반드시 뒤집어서 먼지를 털어내는 습관을 들이면 됩니다. 양말 소재의 메시 구조(mesh structure)는 그물망처럼 먼지를 가두기 때문에, 이 먼지가 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지퍼 수리와 재활용 팁
지퍼가 벌어지는 건 정말 짜증 나는 일입니다. 저는 멀쩡한 점퍼를 지퍼 때문에 버릴 뻔했는데,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지퍼가 벌어지는 이유는 지퍼 슬라이더(slider)가 톱니를 물리는 힘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집에 있는 벤치나 플라이어로 슬라이더 양쪽을 살짝만 눌러주면 됩니다. 너무 세게 누르면 슬라이더가 부러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퍼 교체입니다.
재활용 창고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의류 재활용 수거함에 버려진 옷 중 90%는 지퍼가 멀쩡합니다. 대한민국 의류의 대부분은 5호 지퍼를 사용하는데, 5호 지퍼란 지퍼 톱니의 폭이 5mm라는 뜻입니다. 오리털 파카 같은 두꺼운 외투는 7호 지퍼를 쓰는데, 이것도 재활용 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지퍼 교체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슬라이더 윗부분에 스토퍼(stopper)가 있는데, 이걸 드라이버로 벌려서 빼내고 새 슬라이더를 끼운 뒤 다시 조여주면 됩니다. 수선집에 맡기면 5만 원 날아갈 일을 5분이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임시 응급처치로는 바지 밑단을 접어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가 외출 직전 바지가 길어서 난감했을 때, 밑단을 안쪽으로 한 번 접어 올리고 옷핀으로 고정했더니 깔끔하게 해결됐습니다. 옷핀은 반드시 안쪽에서 꽂아야 겉에서 티가 나지 않습니다.
습기 관리와 변색 방지법
옷 보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습도 조절입니다. 상대습도가 50%를 넘으면 곰팡이가 번식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옷장에 제습제만 넣어두면 될 줄 알았는데, 빛 차단도 똑같이 중요하더군요.
옷을 포개서 보관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옷 위에 그냥 다른 옷을 올려놓거나 흰색 천으로 덮는 것입니다. 하지만 흰색 천은 빛을 투과시키기 때문에 자외선(UV)이 섬유에 닿아 변색을 일으킵니다. 이를 업계에서는 변태색(變褪色)이라고 부릅니다.
올바른 방법은 검은색 천으로 덮는 것입니다. 검정색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옷장에 검정색 면 천을 덮어뒀더니 1년이 지나도 색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여기에 회색 수건을 추가로 올려두면 습기까지 흡수해서 일석이조입니다.
계절이 바뀌어 옷을 꺼낼 때는 바닥 난방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온돌 장판 위에 옷을 10~15분 정도 펼쳐두면 섬유에 스며든 습기가 완전히 날아갑니다. 특히 면 소재는 흡습성이 높아서 대기 중 수분을 쉽게 머금는데, 열을 가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뽀송뽀송해집니다.
습한 날 입을 옷이 찝찝하다면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출근 전 10분만 투자하면 눅눅한 셔츠가 금방 마릅니다. 건조기를 돌리면 구김이 생기지만, 이렇게 하면 구김 없이 깔끔하게 말릴 수 있습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의류 보관 시 적정 습도는 40%에서 50%이며, 온도는 15도에서 20도가 이상적입니다(출처: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 조건을 맞추려면 제습제와 함께 통풍이 잘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옷을 오래 입는 비결은 세탁을 자주 하되 약하게 하는 것입니다. 세제를 적게 넣고 약한 모드로 돌리면 섬유 손상이 최소화됩니다. 자동차를 오래 타려면 세차를 자주 해야 하듯,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원칙을 지키면서 좋아하는 코트를 3년째 새것처럼 입고 있습니다. 세탁기는 가족 수에 맞게 작은 걸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빨래가 적은데 큰 세탁기를 쓰면 낙차가 커져서 옷이 빨리 상합니다.